엘락 Carina FS247.4 - 앤드류 존스의 첫 JET 엘락 스피커로 개발된 놀라운 가성비의 하이파이 스피커 > 오디오 리뷰

독일 북부의 항구 도시, 킬(Kiel)에 본사를 둔 엘락이 미국에 ‘엘락 U.S.A’를 설립한 것은 지난 2015년의 일이다. 단순 유통을 다루는 서브 브랜치가 아닌, 새로운 개발팀과 영업망을 구축하고 북미 지역 전체를 공략하기 위한 엘락의 북미 진출의 신호탄이었다. 미국 엘락의 출발점은 스피커 엔지니어, 앤드류 존스의 합류였다. KEF와 TAD의 스피커 설계를 책임졌던 존스는 탄노이부터 이어지는 듀얼 콘센트릭 타입의 동축 스피커 드라이버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로, 베릴륨이나 마그네슘 같은 소재로 드라이버의 성능 확장과 현대적 진화를 일궈온 기술적 업적을 자랑한다. 특히 하이엔드 분야의 레퍼런스 스피커 개발에 전력투구했던 그가 합리적이고 대중적인 가격대의 스피커로 유명한 엘락에 합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엘락의 하이엔드에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엘락에 합류하며 등장과 비슷한 이름의 ‘데뷰(Debut)’라는 초염가형 스피커를 내놓으며 엘락의 엔트리 시리즈로 시장에 등장했다. 기존 엘락보다도 더 저렴한 20~30만원 대의 염가 스피커들은 엘락의 기술적 아이덴티티들은 거의 없고, 완전히 새로 설계된 앤드류 존스 버전의 드라이버들과 캐비닛 디자인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가격 대비 성능의 훌륭함으로 단번에 중저가 시장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으며, 이후 해마다 새로운 시리즈를 연이어 내놓으며 엘락의 중저가 시장을 개편했다. 데뷔에 이어 내놓은 ‘유니-파이(Uni-Fi)’ 시리즈에서는 드디어 자신의 전매 특허인 듀얼 콘센트릭 타입의 드라이버를 엘락 버전으로 만들어 엘락 스피커의 새로운 패밀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발매된 세 번째 작품인 ‘나비스(Navis)’ 시리즈는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를 탑재한 액티브 스피커로, 엘락의 ROON 시스템 기기들과 일체화된 시스템을 구축하여 올인원 라이프스타일 스테레오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지난 해 말에 등장한 신작 ‘카리나(Carina)’는 네 번째 스피커 시리즈로 엘락의 전매 특허인 JET 트위터를 기반으로 설계된 앤드류 존스 최초의 스피커가 탄생된 것이다.

ELAC Carina FS247.4

앤드류 존스가 재해석한 엘락 기술의 변화, CARINA

‘카리나’는 배의 가장 밑바닥 판재이자 배의 척추 역할을 하는 뼈대로 우리말로는 용골이라고도 한다. 이탈리아말로는 이쁘다는 뜻도 갖고 있다. 엘락 본사가 위치한 항구 도시의 의미를 바탕으로, 지난해 발매한 '벨라(Vela)' 시리즈에 이은 바다와 배 관련 네이밍의 연장선상으로 보면 되겠다. 엘락의 시리즈로 보면 400 시리즈를 대체한 Vela에 이어, 200 시리즈를 Vela와 같은 디자인으로 탈바꿈시킨 모델이 카리나다. 엘락의 중급 라인업의 시작점이 되는 200 시리즈의 마지막 버전이 등장한 것은 지난 2011년의 일로 무려 9년 전의 일이다. 2012년에 등장한 400 시리즈가 Vela로 바뀐 것처럼, 200 시리즈도 새로운 디자인과 기술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벨라와 카리나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태생적 출발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벨라는 엘락의 플래그십 콘센트로의 등장 이후, 드라이버 기술들과 크로스오버적 변화를 아래로 기술 전이 과정을 통해 과거의 400 시리즈를 새롭게 변화시킨 결과물이다. 플래그십를 담당한 엔지니어 롤프 얀케의 결과물이다. 이와 달리, 카리나는 같은 기술적, 디자인적 유사성을 갖고 기획, 설계되었지만, 모든 엔지니어링을 담당한 것은 미국 엘락의 앤드류 존스이다. 그는 평생 자신이 개발하고 사용해온 드라이버와 설계 기술이 있음에도, JET 트위터와 역돔형 알루미늄 컴포짓 드라이버라는 엘락 고유의 드라이버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스피커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인터뷰에서 그는 카리나 개발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전혀 사용해보지 않았던 드라이버들을 갖고 새로운 스피커를 설계하는 일을 꼽았다. 지금까지 주로 사용한 것은 콘센트릭 타입의 드라이버에 우퍼를 더한 3웨이 설계의 스피커가 그의 장기였는데, 이번에는 전혀 사용해보지 않은 JET 트위터를 갖고 2웨이 스피커를 설계해야 했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새롭게 도전해야 할 일들이 많았던 것이다.

ELAC Carina FS247.4

엘락의 드라이버로 스피커를 설계한다고 했지만, 기존 드라이버를 있는 그대로 가져다가 그대로 쓸 수는 없었다. 실제로 카리나에 사용된 JET 트위터는 벨라에 사용된 트위터와는 다른 트위터이다. 카리나 설계에 대한 제약 조건 중 가장 큰 한계인 가격적인 제한선이 있었기 때문에 콘센트로나 벨라에서 사용된 JET 트위터를 그대로 쓸 수 없는 경제적 문제가 있긴 했지만, 앤드류 존스는 자신의 사운드 구축에 맞는 성능을 내는 새로운 JET 트위터를 찾아냈다. 즉, 카리나 전용 JET 트위터가 새롭게 개발된 것이다.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도 마찬가지로 ‘컴파운드 커버처 알루미늄(Compound Curvature Aluminium)’이라 부르는 역돔형 구조의 5.25인치 알루미늄과 컴파운드 소재를 샌드위치 타입으로 접합시킨 드라이버를 직접 개발하여 사용했다. 이 미드베이스는 카리나 직전에 등장한 액티브 스피커인 나비스에서 사용된 것과 동일한 드라이버로 보인다.

ELAC Carina FS247.4

새로 개발된 것은 드라이버들 뿐만 아니다. 카리나는 벨라에 이은 아래 시리즈로 벨라와 동일한 패밀리룩의 캐비닛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이 또한 앤드류 존스 본인의 설계보다는 패밀리룩의 조건을 염두에 두고 가격과 성능에 맞춰 전체적인 디테일을 재설계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벨라와 같은 하향 위상 반전 포트 디자인이 카리나에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하지만, 벨라가 알루미늄 소재로 바닥 플레이트와 포트를 만든 것과 달리 카리나는 비슷한 구조와 디자인이지만 고강도 플라스틱 소재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슬림한 디자인의 플로어스탠더 FS 247.4

카리나 시리즈는 1개의 북쉘프, 1개의 센터 스피커 그리고 리뷰 모델인 플로어 스탠더 FS247.4로 구성되어 있다. 전 제품은 동일한 JET 트위터와 5.25인치 알루미늄 미드베이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FS247.4는 2.5웨이 방식으로 1개의 트위터와 2개의 미드베이스가 대역을 분할하여 재생하는 구성이다. 얼핏 봐서는 벨라의 플로어스탠더와 헷갈릴 정도로 흡사한 디자인을 갖고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흰색 모델에는 은색 미드베이스가 탑재되고 블랙 모델에는 검은색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는 2.7kHz의 크로스오버에서 중저역과 고역이 나뉘는 대역 분할이 이루어져, 사실상 중역은 역돔형 알루미늄 드라이버가 책임진다. 스펙은 감도 87dB로 아주 어렵지도, 아주 쉽지도 않은 감도 스펙을 갖고 있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울리는 별로 어렵지 않다. 임피던스도 공칭 6옴, 최소 4.8옴이라는 수치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것이다. 실제 리뷰에서 캠브리지 오디오의 CXA81로 구동했는데 전혀 어려움이나 난해한 소리를 들려주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이외에 스피커 바닥에 부착 가능한 아웃트리거와 전용 스파이크가 제공되어, 스피커 설치와 셋업을 쉽게 마무리할 수 있다.

ELAC Carina FS247.4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는 패스의 INT-250 인티 앰프와 루민의 X1 네트워크 플레이어 그리고 캠브리지 오디오의 CXA81 인티 앰프 등을 번갈아 시청하며 진행했다.

전반적으로 엘락 특유의 매끈한 중역과 실버톤의 컬러가 베어있는 고역의 디테일한 사운드 그리고 유기적인 대역 통합 능력과 넓은 스테이징의 형성이 이 스피커의 특징이라 할 만하다. 디테일하며 세련된 고역의 질감을 들려주면서도 전혀 밝거나 쏘는 일이 없이, 오히려 그레이한 톤 컬러로 JET 트위터가 갖는 묘한 색깔의 매끄러운 톤은 엘락의 장점을 성공적으로 받아들인 앤드류 존스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2웨이 기반에 가까운 스피커로 중저역의 유기적인 대역 밸런스가 인상적인데 특히 중저역에 튀거나 기이한 소리를 내는 부분이 거의 없다. 저음도 5.25인치 드라이버를 2개 사용한 구성으로, 적당한 양감과 더불어 단단하고 야무진, 타이트한 저음을 들려준다. 패스 같은 고급 인티 뿐만 아니라 캠브리지의 CXA81 같은 엔트리급 인티 앰프에서도 어렵지 않게 술술 리듬감을 이끌어내는 안정된 저음을 들려주었다.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로 저음을 들어보면 단정하면서도 단단한 저음이 인상적이다. 양감이 지나치지 않아서 듣기가 편하고 자연스러우며, 8m x 8m 정도의 작지 않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펀치력있고 힘있는 저음을 들려주었다. 고역의 금관악기들도 지나치게 강한 억양을 드러냄없이 화사한 광채와 매끄러운 뻗침으로 넓게 확장된 고역의 청량감을 준다.

티에리 피셔가 연주한 <말러: 교향곡 1번> 중 4악장을 들어보면 이미징, 사운드스테이징 그리고 전후 무대의 깊이감이 동급 가격대의 그 어떤 스피커보다도 뛰어난 수준이다. 각 악기군 분리도와 디테일이 상당히 뛰어나서 레이어링이라 부를 만한 무대 위의 입체감이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지지만 일체 과장된 재생의 느낌은 하나도 없다. 지나친 밝기가 없으며, 충분한 입체감 덕분에 전체 녹음 공간의 공기 냄새라 부를 만한 청량감과 현장감이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라둘로비치의 <파가니니 판타지> 중 소나타를 들어보면 바이올린의 음색은 따뜻하고 아날로그적이며, 반주를 맡은 피아노의 타건이나 울림도 매우 온도감이 높고 목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럽다. 인위적인 디테일 처리로 인한 과장된 밝기나 고역의 강한 어조없이 JET 트위터의 장점인 유려하면서도 매끈한, 질감의 자연스러움이 느껴지는 음색 표현이 이 스피커의 또 다른 장점이라 할 만하다.

커트 엘링의 <The Questions> 중 ‘Endless Lawns'를 들어보면 도입부의 타격감이 느껴지는 저음의 발구름은 깊고 단단한 저음으로 시작하면서 탄탄한 힘 위에 깊은 울림을 지닌 남성 보컬의 유니즌은 매우 은은하며 기분 좋은 잔향감으로 이어졌다. 커트 엘링 특유의 유연한 톤 컬러가 사실적으로 그려졌으며 보컬이 크게 강조되는 현상도 하나도 없었다. 보컬 뒤의 트럼펫 연주도 지나친 메탈릭한 톤이 없고 이 음반 녹음 전체에 유지되는 푸근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녹음 특성을 잘 살려주었다.

ELAC Carina FS247.4

정리

엘락이 새롭게 재편한 제품 라인업 중 패시브 스피커 부문의 거의 마지막 방점을 찍는 카리나는 10년 가깝게 유지되어온 200 시리즈를 완전하게 뒤바꾼 결과물이다. 가격은 2011년 발매 당시보다 약간 더 저렴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시리즈의 예전 가격대에 비해 더 낮춰진 가격대를 공략하는 공격적인 제품 가격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능적 저하는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급 시리즈인 벨라에서 느꼈던 엘락 사운드의 장점들을 정말 보기 좋게 멋지게 이식시켰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점은 앤드류 존스가 새로운 JET 트위터의 설계와 이 독일 회사의 디자인 컨셉에 맞춰 탄생시킨 엘락다운 스피커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덕분에 자연스럽고 유려한 사운드 컬러와 JET 트위터의 장점이 멋지게 녹아들었고, 꽤나 넓은 음장에 평탄한 대역 밸런스로 순음악적인 즐거움을 가득 안겨주는 스피커가 탄생되었다고 할 수 있다.

1:1 비교는 아니지만 이전에 리뷰했던 벨라 FS409 와 비교해보면 기본적인 스피커의 스테이징 능력이나 음색은 상당히 유사하다. 다만, 음색과 질감 표현에 있어서 벨라 409가 좀 더 세련된 면모가 있고, 더 큰 드라이버와 더 많은 미드베이스 드라이버 개수로 더 다이내믹하고 깊고 풍부한 음을 들려주는 양적인 차이가 있다. 하지만, 가격적인 차이만큼의 질적인 차이로 보기엔 어렵다. 카리나 또한 유사한 사운드와 가격 대비 성능의 뛰어난 가치로 벨라와 겨루면 전혀 흠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니 말이다.

엘락의 새로운 시리즈인 카리나는 새롭게 일신된 엘락의 기술적, 디자인적 변화를 완결하는 중급 시리즈로 본격적인 하이파이 애호가나 하이파이 입문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의 스피커로 추천할 만하다. 대단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JET 트위터와 엘락다운 사운드 색채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으며, 넓고 입체적인 스테이징에 넓은 재생 대역폭은 현대적인 고해상도 녹음들을 즐기는 데에 이상적인 스피커로 부를 만하다.


제품사양

ELAC FS247.4
Type 2.5way 위상 반전형
Woofer 2 x Aluminum cone 5.25″
Tweeter 3JET folded ribbon
Crossover frequency 1kHz / 2.7kHz
Frequency range 34Hz – 30kHz
Sensitivity 87dB/2.83V/1m
Nominal Impedance 6 Ohm (min 4.8 Ohm)
Net Weight (each): 16.4kg
Dimensions (HxWxD) 21.6 x 20.4 x 106.8cm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www.sscom.com   02-2168-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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