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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crossover

Christina Pluhar
Handel Goes Wild

WarnerClassic / Release : 2017-09-01 / Tracks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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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Handel Goes Wild

목만으로 봐서는 허접한 크로스오버 음반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레이블이 ‘Erato’인 만큼, 그저 그런 음반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다. 제목을 모른 상태에서 이 음반의 첫 트랙을 듣는다면 ‘도대체 어디가 헨델인가?’라고 반문하겠지만, 그 곡은 헨델의 오페라 <알치나> 3막 중에 나오는 신포니아였다. 곡의 제목을 알게 되면 이 음반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이 단번에 불타오를 것이다. 그 만큼 이 음반에는 음악의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바로크와 클래식에 대한 거리를 확실하게 좁혀 주기 때문에 전문가나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한 시간 동안 음악에 빠져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파격의 고음악 뮤지션, 크리스티나 플루하르

이 음반의 리더라 할 수 있는 크리스티나 플루하르(Christina Pluhar)는 오스트리아 태생의 고음악 전문가로 테오르보와 바로크 기타, 류트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바로크 고음악 연주자이다. 일찍이 토요히코 사토, 홉킨슨 스미스 같은 고음악 바로크 류트 연주자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고, 이 분야에 두각을 나타낸 바 있었다. 그러한 재능을 바탕으로, 2000년에 직접 결성한 고음악 연주 단체 라르페지아타(L’Arpeggiata)를 통해 상당히 실험적이자 파격적인 바로크 음악 연주를 시도해왔고, 남다른 재능으로 바로크 음악의 현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그들 만의 음악 세계와 팬덤을 갖게 되었다.

크리스티나 플루하르와 라르페지아타의 음악은 고음악 세계에서도 또 다른 영역에 속하는 음악으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사실, 학구적인 뉴웨이브적 자세라기 보다는 음악 본연이 지닌 자유로움을 기반으로 고음악에 현대 대중 음악을 접목시킨 스타일로 음악학적인 가치가 없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음악은 주로 바로크에 재즈나 라틴 음악 내지는 집시풍의 음악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요소들을 융합하여 바로크 고음악 전문가들과는 또 다른 영역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과거 원전 악기 연주자나 고음악 전문 악단들이 음악 주류로부터 바보들, 실력없는 저능아들 같은 평가를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라르페지아타의 이러한 시도 또한 점차 하나의 주류 음악이 될 수 있는 날이 있지도 않겠는가.

크로스오버지만 크로스오버적이지 않은 헨델

다시 음반 이야기다. 플루하르와 라르페지아타는 같은 레이블을 통해 2014년 발매한 <Music For A While - Improvisations On Purcell> 에서 퍼셀의 음악을 주제로 삼아 다양한 변주로 만든 바로크 크로스오버를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음반을 듣기 전까지는 그 음반의 존재를 몰랐지만, 아마도 그 반응이 꽤나 성공적이었던지 퍼셀을 넘어 헨델을 다시 주제로 올려 이 음반을 기획한 것이다. 모든 편곡의 중심은 리더인 크리스티나 플루하르가 맡았다. 흥미로운 점은 라르페지아타는 바로크 류트, 바로크 기타, 바로크 바이올린 같은 원전 악기들로 이루어진 앙상블이지만, 재즈 클라리넷과 재즈 피아노 그리고 퍼커션 같은 악기와 연주자들이 더해지며 흔한 원전 악기들의 바로크 앙상블과는 전혀 다른 음악을 전개한다. 특히 이 음반의 클라리넷을 담당하는 지안루이지 트로베시(Gianluisi Trovesi)는 ECM 레이블을 통해 꾸준히 음반을 내고 있는 재즈 연주자이다. 또한 피아노의 프란체스코 투리시와 베이스를 맡고 있는 보리스 슈미트 같은 경우는 둘이 재즈 음반을 내왔던 재즈 연주자들이다. 이들이 더해진 음악은 분명 헨델이라는 음악의 주제를 갖고 있지만, 재즈나 뉴에이지 때로는 팝 발라드 같은 음악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헨델 음악의 본연의 자세나 클래식의 모습을 완전히 뭉개버린 것은 아니다. 바로크 소프라노와 카운터 테너가 부르는 <알치나>, <리날도> 중 아리아들은 정통 바로크풍의 오페라 아리아이다. 특히 8번 트랙인 오페라 <Amadigi di Gaula> 중 아리아 ‘Pena tiranna’는 재즈풍의 발라드의 도입부를 거쳐 바로크 고악기들의 반주로 카운터테너가 부르는 아리아로 넘어가는 편곡과 다시 재즈 트리오 풍의 변주 위에 펼쳐지는 카운터테너의 노래는 이 음반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이다. 이 외에도 바로크 류트/테오르보와 피아노의 소나타처럼 만들어 놓은 <리날도> 중 ‘울게하소서’, 빌 더글라스나 폴 윈터 같은 뉴에이지와 탱고 같은 라틴 음악을 연상시키는 <세멜레> 중의 아리아 ‘Where’re you walk’ 도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Album Information

Handel goes Wild

Christina Pluhar

Primary Artist

Christina Pluhar / L'Arpeggiata

Release

2017-09-01

Tracks

15

스위스 호텔에서의 고품위 사운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녹음이다. 흔히 이런 바로크 음악 녹음들은 흔히 잔향이 긴 성당이나 석조 건물에서 울림을 살려 녹음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현대 악기나 근대 연주법인 비브라토 같은 기름진 연주법은 싹 걷어내고, 순수하게 음의 강약으로만 모든 것을 표현하다 보니 공간의 울림과 잔향을 효과적으로 담아야 풍부한 표현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음반의 녹음은 성당이나 오래된 유럽 어느 시골 마을의 석조 건물 같은 곳이 아니라 스위스 지방의 한 작은 마을에 있는 호텔 연회장이다. 프랑스와 독일과 맞닿은, 스위스 바젤 부근의 작은 소도시 라헨에 있는 ‘landgasthof-riehen’이라는 호텔에서 녹음이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말해 조식 부페를 서비스하는 호텔 식당이 레코딩 장소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의 녹음은 전혀 허접하지 않다. 오히려 정보량이 풍부한, 진하고 명징한 톤을 잘 살려 놓은 현대 고해상도 녹음의 장점이 가득 담겨 있는 탄탄한 녹음이다. 녹음을 담당한 것은 Hugues Deschaux 라는 엔지니어가 담당했고, 믹싱과 편집, 마스터링은 이전부터 라르페지아타의 음반을 담당해온 Mireille Faure 라는 프랑스의 여성 엔지니어가 맡았다. 이들은 프랑스의 클래식 레이블인 알파, 에라토, 미라레 그리고 하모니아문디 프랑스의 다양한 음반들의 녹음과 편집을 맡아온 인물들로, 이들의 다른 레코딩들을 보면 대략 이 음반의 음질이 어떠할 지 이해가 될 것이다.

성당만큼 공간이 넓거나 잔향이 긴 울림은 아니지만, 절대 짧지 않은 잔향감 위에 바로크 악기들의 디테일하고 진한 선율미와 색채를 아주 또렷하고 명료하게 살려냈다. 재즈풍의 베이스나 퍼커션의 리듬과 울림도 딱 떨어지게 잡아냈으며 저음이 과하거나 부담스러운 부분도 없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퍼커션이 들려주는 다양한 타악기적 효과음들의 디테일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세밀한 디테일과 잔향감, 울림이 잘 살아있다는 점이다. 또한 바로크 악기들의 강약과 테오르보나 류트의 터치와 울림도 공기감 풍부한 울림으로 들려주는데 일체의 건조함이 느껴지지 않고, 풍부한 하모닉스가 살려주는 진한 색감의 바로크 악기 사운드를 선사한다.

혹시라도 재생하는 시스템이 해상도가 높은 스피커나 앰프 시스템 그리고 디지털 플레이어라면 이 음반이 들려주는 색감과 다채로운 디테일 그리고 달콤한 공기감 등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고해상도 파일 재생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96kHz/24bit 의 고해상도 음원의 장점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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